아주 천천히...한 잔의 자판기 커피를 손을 든 채 숲속 험한 산길을 커피가 흔들리지 않도록 걸어 올라갔다..
뒤따라 올라오는 사람도
내 곁을 지나치는 사람도
나를 뒤로하고 앞서가는 사람들 모두가
나의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하며 걸어가는 모습에 곁눈질하며 쳐다보며 지나친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바람소리와 속삭이고,
흘러가는 구름과 눈인사 하고, 산책이라기 보다는 사색에 어울리는 몸동작과 발걸음으로..
올해들어 한 번도 보지 못 한 청솔모 한마리를 발견했다. 신기하고 반가웠다..
그렇게 보이지 않아 궁금해 하던 청솔모 한마리가 밤송이가 떨어져 채 알밤이 튀어 나오지 않은 것을 물고 밤송이로 부터 알밤을 뽑아내려다 내가 곁에 가면 물고 도망가서 또 알밤을 꺼내보고 그래도 잘 빠지지 않으니까 또 입으로 꺼내보고..내가 다가가면 또 밤송이를 물고 옮기면서 또 알밤을 꺼집에 내보는데..밤송이 가시가 많은데 다치지 않고 계속 알밤을 꺼집어 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가시많은 밤송이를 물고 다니는 것을 보고서는 신기해 했다. .
그러던 모습을 따라가며 보는데 내 발앞에 알밤이 채 탈출하지 않은 밤송이 하나를 발견하고 알밤을 깟다..
그 과정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아이들처럼 알밤을 주머니에 넣고 내려 왔었다.
공원벤치가 있는 휴식장소에 앉아 편안히 시간을 보내는중 산바람이 불어오는데 차가운 바람이라 좀 더 머무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내려왔다..
집에 와서도 점심을 준비하면서 생각에 잠기어 아주 조심스럽게 조용히 깔끔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장만하면서도 생각에 생각을 하는 즉 사색하는 몸놀림으로 하루를 보냈다..
무엇을 했는지는 내 마음속으로만 열거를 하고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기며 다시 생각을 한다...
마음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들도 많고, 곰곰히 생각해야 될 것도 있고해서 조용한 하루가 된 시간이였던 것 같다...
빨리 정리를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일들이 많은데 생각데로 따라오지 않는다..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고, 봄이 찾아오면 완전한 자유인으로 오딧세이가 되는데..
그 날이 오기를 조용히 아주 조용히 다치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말년에 가랑잎도 피해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참고 또 참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하루하루를 점검해 들어간다..
숲속을 걸어갈 때도 사색하는 사람이 되었고, 집에서 지낼 때도 사색하는 마음과 움직임으로 차분히 서두르지 않고 지냈다..
천고마비의 계절을 마음껏 취해보는 시간과 기회를 가져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분위기가 만들어져 가고 나는 그 분위기속에서 무성영화속의 주인공처럼 말없이..